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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임상 유기적으로 연결… 진료의 질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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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임상 유기적으로 연결… 진료의 질 '업그레이드'

입력
2015.06.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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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 기술 인프라 갖춘 과학적·윤리적 임상시험 센터

융합의학연구원 중심으로 여성대사질환 등 6개 분야 연구

"나노소포체 이용한 암 진단키트와 아토피 증상 개선 식품도 개발"

이화여대의료원 연구개발의 구심점인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윤근 원장은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첨단융합의학연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한 연구원이 세포의 변이 여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이화여대의료원 연구개발의 구심점인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윤근 원장은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첨단융합의학연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한 연구원이 세포의 변이 여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암병원 건립, 병상 수 확대 등 하드웨어에 치우쳤던 국내 대학병원 간 경쟁이 최근 연구개발(R&D) 등 소프트웨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경쟁과 대형 국책과제 수주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을 봐도 그렇다. 치료(cure)에서 관리(care)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의료원이 2017년 새 병원 건립을 앞두고 이화융합의학연구원 개원 등 임상과 연구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지난해 3월 초, 이화여대의료원은 의학기자들에게 한 장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보도자료 제목은 ‘포스텍 김윤근 교수 영입’. 이 병원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제2병원 건립을 앞두고 임상 및 연구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순남 의료원장은 보도자료에서 “임상 및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우수 의료진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대를 나와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로 자리를 옮긴 김 교수는 영입 직후 의료원의 이화융합의학연구원장 겸 연구중심병원 추진단장에 공식 임명됐다.

2012년 3월 개원한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은 이화임상시험센터와 함께 이화여대의료원의 연구의 중심축을 이룬다. 융합연구원 출범은 기초와 임상 연구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보건의료기술의 산업화와 글로벌 연구중심병원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료원의 장기 포석에 따른 것이었다. 융합연구원은 중개의학연구소, 임상시험센터, 제품개발연구소, 검체은행의 4개 조직으로 이뤄졌다. 암, 뇌인지 장애, 중증ㆍ난치질환, 여성 대사질환, 혈관질환, 의공학 및 신개념 영상의학 등 6개 분야가 중점 연구 대상이다. 특히 여성암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그 결과를 진료 질 향상으로 연결함으로써 이대여성암병원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의료원 측은 보고 있다.

이화임상시험센터는 세계적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임상연구 및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 윤리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연구인력과 시설, 행정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임상연구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화여대의료원은 현재 국책과제 포함해 총 100억 원 안팎의 연구비 수주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짧은 연구기간에도 불구하고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성과물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면역조절제와 나노소포체를 이용한 진단키트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김윤근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원장.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김윤근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원장.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최근 항암 치료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면역요법이 화두다. 이는 그동안의 항암제 개발 패러다임이 암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살해림프구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던 데 대한 반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온 항암제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포착하고 제거하는 데 제한된 성과 밖에 내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살해림프구가 활성화 하게 되면 우리 몸은 이를 억제하는 세포조절림프구를 동시에 활성화, 세포살해림프구의 공격 능력을 무뎌지게 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의 김 원장이 최근 시간과 노력을 쏟는 연구는 세포외 소포체(vesicle) 분야다. 소포체는 세포가 다른 세포와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분비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로, 이를 이용하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의 발생의 사전에 탐지해 내는 진단키트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나노 크기의 소포체를 효율적으로 분리해내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며 “소포체는 암 세포를 공격하기 위한 항암제의 표적으로 삼기에도 제격”이라고 밝혔다. 기존 혈류에 투여되는 항암제는 대부분은 혈관 주위 종양세포들에만 전달될 뿐 중심부 종양세포에는 닿지 않아 암의 재발을 숙제로 남겨 왔다.

김 원장은 얼마 전엔 국내 한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는 식품 개발 등 소포체의 상용화 행보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 “유익균이 내뿜는 나노 소포체를 피부에 바르면 아토피가 호전되는 효과가 있음이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며 “유익균이 아닌 유해균 연구를 통해서는 특정 질병의 발생을 막는 백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및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를 차례로 거친 김 원장은 기초와 임상에 두루 능통해 융합연구의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김 원장은 “정부 지원금 따내기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하겠다”며 “이공계에서 나오는 원천기술과 임상을 연계하는 첨단융합의학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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